[고객과의 대화-169] 화상회의와 정박효과(Anchoring effect) 작성일Date: 2019-11-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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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와 정박효과(Anchoring effect)
사람의 모든 행동은 판단의 결과이지만, 그 판단이 항상 합리적이진 않습니다.
심리학자로서 사람의 심리와 경제현상을 연구하여 행동경제학을 탄생시킨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제시한 개념 중에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가 있습니다. 닻을 내린 배는 닻 줄 범위를 벗어나 움직이지 못합니다. 마치 닻 내린 선박처럼, 어떤 사물을 처음 접했을 때의 이미지나 인상에 너무나 강하게 사로잡힌 사람은 새로운 정보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케터는 이러한 소비자 성향을 판매정책에 많이 활용합니다. 매장 입구에 일부러 비싼 제품을 전시하는 것이 그 한 예입니다. 이 제품은 ‘비싸다’ 라고 생각하게 된 소비자에게 싸면서 비슷한 제품을 나중에 보여주면 보다 쉽게 구매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가격에 대한 정박효과를 판매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상회의 분야에서는 정박효과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결정장애로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요즘은 소리가 끊기진 않나요?
“지금은 화질은 괜찮나요?”
이렇게 묻는 고객은 화상회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그 분들에게 언제 화상회의를 해보셨냐고 물으면, 대부분 10년쯤 전입니다. IT 기술이 강산이 열 번도 더 넘게 바뀔 만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그 기억에 닻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화상회의 도입을 결정하지 못하고 또 다음으로 미루는 고객도 제법 있습니다. 정박효과가 결정장애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의 스마트폰 세대, 대체적으로 40대 이하의 직원들은 화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하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필요하면 도입하는 것이고, 필요하지 않다면 소비하지 않습니다. 화상회의 선택 기준이 이제는 품질이 아니라 서비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정박해 있으면 안전하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닻을 올려야 합니다. -화상회의 분야에 한정하여- 직접 조작하기 어려우면 젊은 항해자에게 키(의사결정권한)를 양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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